“이제 제 운명은 스스로 결정할게요.”
상상하고 선택하는 순간, 또 다른 삶이 시작된다!
제13회 마해송문학상을 수상 작가 김아영 장편소설 『512번째 우주』가 자이언트북스에서 출간되었다.
상상하고 선택하는 순간, 상상만 했던 삶이 시작된다면 어떨까? 김아영 장편소설 『512번째 우주』에서는
인간이 선택하고 결정하는 순간 새로운 평행우주가 생성되는 세계를 보여준다. 열아홉 살 박연우는 하루아침에
건설 현장의 추락사고로 인해 아빠를 잃게 되고, 자신 때문이라는 죄책감과 상실의 슬픔에 잠기게 된다.
그런 연우를 찾아온 두 사람. 엔딩플래너 박태영과 권마래는 장례를 도우며, ‘생전생애’ 체험을 제안한다.
그들이 제안한 ‘생전생애’ 체험은 단 세 시간 동안 자신의 평행우주를 여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비용은
직장인 세 달 치 월급과 맞먹는 금액이지만, 상당히 매력적인 옵션이었다. ‘아버지가 살아 계신 우주와
아버지가 돌아가신 우주가 동시에 존재하게 되는데요. 연우 님 아버지가 살아 계신 우주가 있다는 걸 인식하는 순간,
두 세계는 나뉘고 연우 님은 아버지가 살아 계신 우주로 진입할 수 있’(25쪽) 다는 엔딩플래너 말에
생전생애 체험을 시작하게 된 연우는 사고로 죽은 아빠가 살아 있는 우주로, 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린시절부터
떨어져 지낸 엄마와 함께 사는 우주를 여행하며 자신의 선택이 때로는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연우는 엔딩플래너가 되면 자신이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러 다닐 수 있다는
마래의 말을 듣고, 엔딩플래너가 되기로 한다.
잠재된 에너지를 이용해 외면한 진실을 바로잡고자 하는 노력
회피하고자 했던 과거를 인정하고 맞서 싸울 줄 아는 용기에 대해
참 믿음직한 상조회사의 입사 시험을 거쳐 신입 엔딩플래너가 된 연우는 서툴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차근차근
제 역할을 해나간다. 처음으로 맡게 된 장례식은 야외에서 진행되었고, 생전생애 체험에서 이탈한 고객을 쫓고 있는
다른 우주의 마래와 만나게 된다. 마래는 온몸이 지저분해진 연우에게 ‘회사에서 시킨다고 무조건 다 하지
말고 못 하겠거나 아닌 것 같으면 말해요! 자기 자신을 지키는 게 회사 생활을 잘하는 길이에요.’(80쪽) 라고
말하며 부당한 것은 주장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해주며 연우에게 경고한다.
평행우주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게 된 연우는 두번째 장례를 마치고, 우연히 고등학교 동창 ‘현지’를
만나게 된다. 다른 우주의 현지는 자신과 같은 엔딩플래너를 준비중이며 장례식장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그곳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비슷한 시기에 같은 공원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이후 자신이
목격한 범죄의 피의자 ‘승윤’이 찾아와 연우가 목격한 범죄의 피해자로부터 고소당하고 재판에 출석하라는
법원의 명령이 있었다며 연우에게 거짓 증언을 부탁하며, 자신의 범죄를 덮어달라 말하고, 연우는 반성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승윤에게 괴로움을 느끼고 자신과 같은 후회를 하길 바라며 ‘생전생애’ 체험을 제안한다.
연우는 승윤의 평행우주를 함께 다니며 승윤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세계는 없고, 그것이 드러난 세계와
안 드러난 세계만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를 벌하기 위해선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후 사건의 피해자가 현지였다는 것을 알게 되고, 사건 이후 후유증을 겪으면서도 사건을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현지를 보며 자신이 외면했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지금까지 아무 선택도 하지 않은 걸 선택이라고 여기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걸 다행이라고 여겼던
’자신을 돌아보고 ‘그 선택의 결과를 운명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책임을 지지도 않았다’라는 것을 깨닫고
‘이번에는 어떤 선택을 할래?’(191쪽) 라고 스스로 질문을 던지면서 과거 자신에게 돌아올 피해가
두려워 외면했던 진실을 밝혀야겠다 다짐한다.
“생전생애 체험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체험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상상만 했던 다른 선택의 결과, 그 삶이 존재하는 우주 체험
생성된 평행우주를 넘나들며 찾아낸 진짜 ‘나’를 알게 되다.
『512번째 우주』에서는 한 사람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장례지도사의 삶을 그리며 인간에게 있어
죽음이 가지는 무게와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든다. 엔딩플래너가 안내하는 생전생애 체험은
삶의 순간에서 더 나은 선택은 없고, 그 순간이 최선이었음을 말해주는 것을 넘어 억울한 죽음을 밝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김아영은 작가의 말을 통해 ‘일을 잘하고 꿈을 이루는 것보다 나를 돌보고 지키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수없이 되뇐다’고 말하며 ‘세상을 조금이라도 낫게 만들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어려움에 부닥치고,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닌 그 옆에서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도록 돕고,
드러나지 않은 진실을 밝히고자 노력하는 인물들을 통해 함께 맞서 싸우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