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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놀이터는 24시 - 매일신문

  • 자이언트북스
  • 날짜 2021.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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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터는 24시

매일신문 배포 2021-06-26 06:30:00 | 수정 2021-06-24 11:12:46
놀이터는 24시 / 김초엽 외 6명 지음 / 자이언트북스 펴냄

김초엽, 배명훈까지만 봤을 때는 '오우, SF소설집?'하며 심상했다. 편혜영, 장강명, 김금희, 박상영까지 훑자 '심상찮네'라며 책을 집어들었다. 김중혁까지 확인하니 범상치 않은 기획물일 것이라는 확신에 다다랐다.

'놀이터는 24시'란 말은 '24시간 편의점'과 결이 같다. '온종일'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놀이터에 폐장시간이 없다니 장난기로 응축된 소설집에 어울릴 표제다. 온종일 놀아도 말릴 수 없을 것 같은 놀이터인데 꿈 속에서도 놀겠다는 어른들의 의지로 읽힌다. "에라 모르겠다, 인간은 놀려고 태어났다"고 외치고 어른도 놀고 싶다.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시도가 집약된 소설집이다. 북펀드로 출판 자금을 모았다. 아파트 분양처럼 선주문이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을 통해 200만원 펀딩을 목표로 했는데 400만원을 넘겼다.

게임 '리니지'의 제작사이자 프로야구 구단 NC 다이노스의 모기업인 엔씨소프트가 시도했다는 점에서 한번 더 이목을 끌었다. '즐거움의 미래'라는 주제로 'NC FICTION PLAY'라는 브랜딩 캠페인 하나로 진행됐다고 한다. 디지털북 형태의 콘텐츠에는 즐거움과 창작에 대한 작가들의 생각을 담은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놀이터'라는 시제를 받은 작가들이 일제히 써내려간 작문 답안지 같은 소설집을 펼쳐본다. 대신 먹어주는 '먹방'에 열광했듯 노는 것도 대리만족될는지는 독자의 몫으로 넘긴다.
 

김초엽 작가의 '글로버리의 봄', 배명훈 작가의 '수요 곡선의 수호자', 편혜영 작가의 '우리가 가는 곳', 장강명 작가의 '일은 놀이처럼, 놀이는…', 김중혁 작가의 '춤추는 건 잊지마'까지 작가들은 놀이터의 이미지를 십분 살린다.

폐장된 놀이공원, 절단된 바비인형, 다산의 햄스터가 괴기 이미지로 뒤섞인 '바비의 집'이 다소 이채롭다. 작가들이 이름을 숨기고 '익명소설'로 썼다면 박상영 작가의 작품일 것이라 쉽게 답하지 못했을 것이다.

반면 김금희 작가의 작품일 거라 확신하는 '첫눈으로'는 작가의 전작 단편 '크리스마스에는'과 쌍둥이다. 소제목을 중간중간 넣은 것까지 닮았으니 '크리스마스에는'의 시즌2라 불러도 수긍할 정도다. '놀이터'라는 시제를 받아든 김금희 작가는 마음 먹은 듯 콩트적 표현과 개그 코드를 폭풍처럼 선사한다.

2020 부산비엔날레 참여작품(김금희 작가뿐 아니라 편혜영, 김숨 등 내로라하는 중견작가들이 대거 참여해 부산을 소재로 작품을 썼다. 박솔뫼 작가의 '매일산책연습'은 장편소설로 출간되기도 했다.)이었기에 온통 부산을 배경으로, 영화로 치면 부산 올로케로 촬영된 작품이 '크리스마스에는'이었다면 '첫눈으로'는 서울에서 다 찍었다.

프라임 시간대에 편성되지 못한 TV 프로그램 '능력자'에 맛집 음식 사진만 보고도 상호를 맞힌다는 능력자, '맛집알파고' 섭외에 나섰는데 공교롭게도 그는 부산에 살고 있는 담당 PD의 옛 남자친구였다. 이들의 재회는 부산 영도의 한 카페에서 이뤄지는데 정작 그는 상호를 단박에 맞히긴커녕 스마트폰으로 상호를 검색하고 있더라는 게 '크리스마스에는'의 줄거리였다.

PPL처럼 보이는 이런 시도는 더러 있다. 일본인도 잘 모른다던 기후현을 단숨에 유명 관광지로 만든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이름은'이 대표적이다. 대구비엔날레가 열렸다면, 그래서 소설가들에게 작품을 요청했다면 배경은 온통 대구시내였을 것이다.

작품 '첫눈으로'에서 김금희 작가는 작중 인물 이지민 PD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소봄 씨는 예능이 뭐라고 생각해? 나는 노는 거. 그냥 사람들 외롭지 않게 해 주는 거다 싶어."

이지민 PD의 말을 조금 바꾸면 놀면서 즐기고, 재충전하는 공간인 놀이터로써 소설의 기능도 설핏 보인다. "독자 씨는 소설이 뭐라고 생각해? 나는 노는 거. 그냥 사람들 외롭지 않게 해 주는 거다 싶어."

모든 소설이 대하소설일 필요는, 사회 부조리를 꼬집어야할 의무는 없다. 286쪽, 1만4천원

매일신문 김태진 기자 nove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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