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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빙글빙글 우주군』 “NASA 아닌 韓우주군 배경 … 쓰면서도 의기양양”

  • 자이언트북스
  • 날짜 2020.10.14
  • 조회수 445
[문화일보 박동미 기자]
 

- SF 장편 빙글빙글 우주군펴낸 배명훈 작가

힘 빼고 상상의 공간넓히려
문체 바꾸고 2년간 작법 연마
우리나라 IT 수준, 세계 최고
SF작가 선전하기에 좋은토양
다음 이야기 주제는 판소리
SF랑 너무 잘 어울리는 장르

배명훈(사진)은 한국 과학소설(SF)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2009
타워를 시작으로 그가 걸어온 길은 하나하나 SF 문학의 이정표가 됐다.
많은 독자가 그를 통해 SF에 입문했고, 그를 읽고 자란 작가 지망생들이, 이제 또 다른 SF 세계를 만들어 내고 있으니까.

어느덧 데뷔 15년 차에 접어든 배 작가를 지난 10일 서울 중구 문화일보 본사에서 만났다.
여섯 번째 장편 빙글빙글 우주군’(자이언트북스)이 막 나온 직후.
소설은 두 개의 태양이 뜨는 뜨거운지구에서 세계의 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한국우주군의 활약을 그린다.
그는 힘을 빼는 데 주력했다고 했다. 문체도 바꿨다. 작품마다 성장을 거듭해왔던 그가 또 한 번 실험을 한 것이다.
궁금하다. 그것은 우리를 배명훈 월드어디쯤 데려다 놓을까.


뭐든 힘을 빼는 게 좋다는데, 그게 또 제일 어려운 일이잖아요. 소설도 그래요.
새로운 작법 연마에 2년 정도 걸렸어요. ‘권위적인 서술자를 없애고 싶었는데, 그건 독자들에게 상상의 공간을 더 내어드리기 위해서죠.”


힘을 덜어냈다는 걸 배 작가는 꾹 참았다는 표현으로 바꿔 말하기도 했다.
그 힘은 바로 작가가 전지전능한 서술자가 돼, 이야기의 진행에 참견하고 싶은 욕망이기 때문이다.
SF
를 읽는 묘미이기도 한 해박한 가설과 이론. 말도 안 되지만, 또 말이 될 것 같은 그런 설명들.
SF
가 태생적으로 지닌 그 지적 허영을 포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예컨대, 한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떠올랐다면 이게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는지를 작가가 열심히 증명하고, 또 화성의 역법이나 매일 변하는 시차, 두 행성 사람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태도까지 깊이 다뤄볼 수 있는 질문이 된다.
그러나 이번에 배 작가는 이것을 본격적으로 파고들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이게 SF답지 않은 선택이라고 말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어려운 이론을 촘촘하게 펼쳐 보여주는 것만이 SF인 것은 아니니까.
저는 한국 SF 개척기의 작가이고, 되도록 많은 균형점을 탐색해 보는 것도 제게 주어진 임무라고 생각해요.”


소설 속은 이미 화성으로의 이주가 가능해진 시대다.
두 개의 태양이 뜬 것도 전 세계적인 고민이지만, 지구와 화성이라는 두 개 행성의 이질성과 그로 인한 대립도 우주의 미래를 불안하게 만든다.
그러나 언제나 평화와 안전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존재들이 있으니, 그게 바로 배 작가가 나로호 우주센터 견학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한국우주군이다.
이 군대 조직을 이끄는 건 대부분 여성인데, 모두 명민하고 야무지게 일을 잘한다.
한데 시스템은 어딘지 조금 느슨한 기운이 감돌고, 일상은 시트콤처럼 웃기다.
예를 들면, 사령부에서는 이런 대화가 오간다.

그냥 빙글빙글 돌고 싶습니다.” “?” “빙글빙글 돌게 해주세요.” “?” “빙글빙글 도는 게 꿈입니다.”

배 작가 특유의 위트와 정감 있는 문장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인물들에게 친밀감을 갖게 한다.

설렁설렁한 조직 분위기는 사실 제가 공군 출신이라, 그때 생각하며 썼고요, 하하. 그래도 일을 착착 해내고,
또 그런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걸 보면 괜히 뿌듯하고, 어떤 쾌감이 있어요.
관료나 엘리트 집단을 그릴 땐 비판을 해야 한다는 강박들이 있는데, 꼭 그럴 필요 있나요?”


배 작가가 가장 의미를 둔 건, ‘우리것으로 써낸 작품이라는 점이다.
그는 한국인 주인공이 우주를 무대로 활약하게 하려면 나사(미 항공우주국) 같은 외국 기관을 빌려와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왠지 남의 건물에 무단 침입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고 밝혔는데, 한국우주군 이야기를 쓰니 위축되지 않고, 의기양양해졌다고.
"우리가, 내가 최첨단에 있다는 감각SF 작가에게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거든요. 여전히 한국은 우주 분야에서는 변방이지만 정보기술(IT)은 최강이잖아요.
많은 SF 작가가 선전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이 갖춰졌죠.”


언젠가 진짜 생길 것만 같은 한국우주군을 상상해 낸 그의 다음 이야기는 뭘까.
배 작가는 판소리를 쓰고 있다고 했다. 소리꾼 이자람의 공연을 본 후, 국악의 매력에 빠진 지는 수년 됐다.
언젠가 써 보겠노라 마음만 먹다가, 이번에 드디어 착수했다.
판소리가 실은 SF랑 너무 잘 어울리는 장르거든요. 특히, 수궁가에서 별주부가 육지를 보고 하는 풍경 묘사는 너무 SF적이어서 놀라울 정도죠.”


드라마와 영화 등 문화콘텐츠 영역에서 SF대세로 떠올랐고, 감염병 팬데믹 상황의 현재 풍경도 SF 같은 요즘.
그는 십수 년 전부터 SF 작가들이 상상했던 모습들이 현실이 되는 걸 보고 있다고 말했다.

"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바뀌는 라이프스타일, 일상은 SF 소설들이 그동안 상상하고, 예측하고, 또 제안했던 모습이기도 해요. 다만 사람들이 잘 몰랐을 뿐이죠.”

 

<기사 원문 링크> https://bit.ly/3nKlS2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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