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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내일은 초인간』 어딘가 모자란 이들의 ‘웃픈’ 능력… “웃기고 싶었어요, 다들 우울하니까”

  • 자이언트북스
  • 날짜 2020.08.19
  • 조회수 181
어딘가 모자란 이들의 ‘웃픈’ 능력… “웃기고 싶었어요, 다들 우울하니까”

[문화일보 박동미 기자]


지난 23일 경기 고양시 블러썸스튜디오에서 만난 김중혁 소설가.
그는 “모두 지치고 힘든 때, 책을 펴자마자 웃을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 ‘내일은 초인간’ 펴낸 김중혁

남의 한숨소리 잘 듣는 사람…

동물과 이야기 나누는 사람…

독특함을 ‘초능력’으로 그려

“예민함·알레르기 등도 초능력

폭력적 사회가 평가절하시켜

각자 특질 갖고 살아가면 돼”


팔이 유난히 길어 늘 놀림을 받던 남자. 체육 교사들은 그에게 농구, 배구, 축구 골키퍼를 권했다. 긴 팔을 무색하게 만드는 운동신경. 다들 금세 포기한다. 남자는 팔이 거추장스러워 팔짱을 껴 감춰봤다. 건방지다는 소리만 들었다. 남자의 취미는 혼자 추는 춤. 거울 속 긴 팔이 흐느적거린다. 아, 흉해. 눈을 감는다.

‘팔이 길어 슬픈 남자’가 등장하는 소설가 김중혁(49)의 새 장편 ‘내일은 초인간’(자이언트북스). 시작부터 웃기다. 이게 슬픈 거지, 어째서 웃긴 거냐고 묻는다면 작가가 그렇게 ‘썼다’는 말로 대신한다. “첫 장부터 웃겨드리고 싶었어요. 시작부터 ‘빵’ 터지고 신나게 달리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죠. 지금 다들 힘들고 너무 우울하잖아요.”

팔이 엄청 길거나, 타인의 한숨이 잘 들리거나, 모든 날의 요일을 외우거나, 동물과 대화하거나, 정지 시력이 탁월하거나….‘내일은 초인간’ 속 등장 인물 7인의 능력은 그다지 ‘쓸데없다’. 세상이 원하는 ‘유능’과도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김 작가는 이들을 ‘초(超)인간’이라 부른다. 지난 23일 경기 고양시 블러썸스튜디오에서 김 작가를 만났다. 그는 자신도 초인간에 속하며, 우리 모두 그렇다고 했다. 누구나 ‘이상한’ 초능력 하나쯤 지니고 살지 않느냐며. 그것이야말로 세상을 웃기고, 또 바꾸는 힘이라고.



“우리가 엄청난 능력을 발휘해 ‘슈퍼 히어로’처럼 세계를 구할 수는 없지만, 각자의 ‘특질’을 갖고 뭔가를 뛰어넘을 수는 있다고 생각했어요. ‘슈퍼 휴먼(초인간)’ 정도는 될 수 있다고…. 이때 필요한 능력은 작고 자잘한 것인데, 무능력이나 장애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내일은 초인간’에서 김 작가가 탄생시킨 ‘슈퍼 휴먼’은 사실 조금씩 아프고 모자란 사람들이다. 이들은 ‘초인간클랜’이라는 정기모임에서 ‘초능력’으로 인해 겪은 고통을 나누며 돈독해진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자율주행 트럭을 습격하는 일에 가담하게 되면서 지금까지의 인생보다 더 혹독한 우여곡절에 빠지게 된다. 그래도 괜찮다. 스스로, 또 서로 ‘아무것도 아닌 자’라는 걸 잘 아니까. 그리고 그런 우리가 ‘함께’ 있으니까.

김 작가는 “편식이나 알레르기, 예민함도 세상과 맞지 않아 생기는 초월적 작용, 일종의 ‘초능력’이다. 폭력적인 사회가 이 능력을 부족함으로 평가절하하고 거세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제 초능력 중 하나가 ‘예민함’인데, 사실 저도 여기에 좀 맺힌 게 있어서…. ‘너의 초능력(예민함)에도 난 네가 좋아’라고 말해주는 친구가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 애들끼리 모여 있으면 어떨까 해서 글을 썼어요.”

책은 두 권이다. 1권 ‘유니크크한 초능력자들’은 초인간들끼리 만나 위로하고, 2권 ‘극장 밖의 히치 코크’에서는 삶의 방향을 세우고 무언가 시도한다. 각각 음악과 영화적인 분위기가 스며들어 있는데, 1권을 지배하는 음악 리스트가 1970년대 여성 펑크 록이라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김 작가는 “팝 음악 역사에서 가장 저평가된 장르라서 넣었다”고 했다. 소설 속 인물들이 사회에서 ‘저평가’된 사람들이라는 설정과 비슷한 맥락이다.

기발한 상상력에 따뜻한 감성 그리고 ‘크크’ 하고 웃음이 나는 ‘김중혁식’ 유머. 신작은 데뷔 20주년을 맞은 김 작가가 그동안 구축해온 독창적 소설 세계를 담고 있다. ‘불량식품’처럼 ‘키치’한 표지부터, 작가가 거의 나오지 않는 ‘작가의 말’까지, 어느 한 군데 빠짐없이. 김 작가는 독특한 형식의 ‘작가의 말’로도 유명한데, 이번엔 소설 속 인물들의 대화로 꾸렸다. 그는 피자(1권)와 콜라(2권) 배달원으로 잠깐 등장한다. “이 ‘모자란’ 애들에게 사랑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 피자는 공평, 공정한 분배를 상징하는 음식이기도 하고요. 콜라는 피자랑 잘 어울리니까…. 다음엔 작가가 또 뭘 들고 올까? 하는 기대감을 심어주면… 3권도 좀 팔리지 않겠어요? 하하.”

그에겐 예민함 말고 ‘호기심’이라는 초능력이 하나 더 있다. ‘창작’하는 일이 가장 궁금하고 가장 즐겁다. 그래서 소설 쓰기 말고도 하는 게 많다. 그림도 그리고 영상도 제작하고 팟캐스트, 유튜브도 한다. 체계적인 매니지먼트를 통해 작가들에게 다양한 ‘문’을 열어주자는 아이디어를 지금의 소속사에 낸 것도 김 작가다. 도대체 꿈이 뭔가. 꿈은 없고, 소설가의 ‘알리바이’를 만들 뿐이라고. “소설이라는 ‘가짜’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종종 희열을 느끼지만 ‘나는 왜 이 거짓말을 이렇게 열심히 하는가’라는 생각도 해요. 진짜를 넘어서는 가짜가 오히려 ‘진짜’가 아닐까 하는 핑계를 대면서요.”


기사원문 링크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0072701031512056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