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쟁이 희극인 출간 1주년 기념 리커버 버전

저자 박지선
분야 에세이
출판사 (주)자이언트북스
발행일 2021년 11월 1일
사양 115*188
ISBN 979-11-91824-05-6 [03810]
정가 13500

세상의 모든 웃음소리들이 멋쟁이 희극인의 곁에
점점 더 많이, 영원토록 모여들길 소망한다.
 
오디오북을 듣고 있는 줄로 착각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지돌이의 목소리가 점점 더 생생하게 들려왔기 때문이다. ‘만들다라는 표현 대신 맹글다라고 말하는 습관, 가족들 사이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연기할 때의 어투, 작은 깨달음을 주는 사람에게 언제나 멋쟁이라고 외치던 지돌의 억양이 구석구석에서 생생하게 묻어 나왔다. 어떤 기록이 그 사람의 전부일 수는 없지만 아주 잘 담아낸 일부일 수는 있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여실히 느꼈다.
 
지돌이는 타고난 이야기꾼이었다. 같은 내용도 그라는 필터를 통해 들으면 여지없이 전에 없던 활기를 뗬다. 나나 다른 친구들이 전달하면 맥 빠지는 이야기를 그토록 웃긴 농담으로 살려내곤 했던 지돌이의 솜씨에 나는 늘 경탄했다. 친구들끼리만 듣고 넘기기에는 아까웠던 소소하고도 위대한 유머 감각을, 지돌이가 사랑했던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독자 여러분과 다시 한번 공유할 수 있어 기쁘다. 지돌이는 친한 친구들이 이름을 부르는 대신 지돌이라는 별명으로 불러주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이제 이 책을 통해 그와의 거리감을 한결 좁힌 여러분도 편안하게 마음속으로 그 부름에 동참해 주길, 지돌이 역시 바랄 것이다.
 
지난해 지돌이에게선 공개 코미디 무대가 사라진 데 대한 아쉬움이 짙게 느껴졌다. 오랜 시간과 노력과 사랑을 바쳐온 무대에 조명이 꺼진 뒤 지돌이가 느꼈을 박탈감을 최대한으로 깊이 헤아려 넉넉하게 껴안아주지 못했다는 점은, 내가 그에게 가지고 있는 수백 가지의 미안함 중 가장 큰 것이다. 이 책은 그만을 위해 다시 마련된 작은 무대다. 이 무대의 조명만은 다시는 꺼지지 않도록 나는 오래도록 여기에 실린 지돌의 유머를 기억하고 이야기할 것이다. 지리멸렬한 일상을 최대한 사랑스럽게 바라보려는 귀한 노력의 시선을 가졌던 희극인을, 필요하다면 자기 자신을 기꺼이 낮춰 웃음의 소재를 자처하되 다른 사람을 향한 존중을 언제나 잃지 않았던 그의 직업적 긍지를 잊지 않을 작정이다.
 
여기 모인 글들은 세상을 바라보고 기억하는 지돌이의 눈이자 마음이다. 나는 앞으로 내 친구 멋쟁이 희극인이 떠오를 때마다, 종종 좋아하는 인형에 얼굴을 파묻던 지돌이처럼 이 책에 코를 박고 숨을 훅 들이켜련다. 만질 수 없다는, 따뜻하게 포옹할 수 없다는, 눈을 맞추며 손을 잡고 함께 실컷 웃을 수 없다는 데서 오는 형언할 수 없는 그리움을 앞으로는 이 책이 달래줄 것이다. 물성(物性)은 그런 가치가 있다.
 
호호호. 하하하. 깔깔. 푸하하. 큭큭큭. 키득키득. 낄낄. 배시시. 헤헤. 히죽히죽. 세상의 모든 웃음소리들이 <멋쟁이 희극인>의 곁에 점점 더 많이, 영원토록 모여들길 소망한다. 여러분이 그 한 축을 기꺼이 담당해준다면 더없이 기쁠 것이다. (이은선 영화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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